[장애인 노동의 가치]② 제도는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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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확대 효과 없고, 기준은 모호…격차만 키운 셈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이 글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3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의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분석합니다. 원문의 핵심 논지와 데이터를 충실히 반영하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자의 설명과 맥락을 더했습니다. [편집자주]

어떤 제도든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40년간 유지돼 온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사용자가 부담을 느껴 고용을 꺼리게 된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해야 그나마 일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논리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제도가 내세운 목적과 실제 작동 방식 사이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음을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한다는 주장의 핵심 전제는 일반 사업체에서의 고용이다. 최저임금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사업주가 장애인을 더 채용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먼저, 최근 5년간 일반 사업체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근로자는 200명 남짓이다. 2021년 204명, 2022년 219명, 2023년 223명, 2024년 229명, 그리고 2025년에는 16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전체 적용 제외 인가자 1만 145명의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98.4%는 어디에 있는가. 1편에서 살펴봤듯,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그 중에서도 보호작업장에 집중돼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기본적으로 인건비와 사업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복지시설이다.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이 시설의 채용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재정 지원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제도는 일반 고용시장에서의 장애인 채용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국가 지원을 받는 복지시설 내에서 낮은 임금을 합법화하는 데 주로 활용되고 있다. 제도의 명분과 실제 기능이 완전히 어긋나 있다.

두번째로 보고서는 제도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면, 최소한 운영 기준이라도 엄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위한 작업능력 평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수행한다. 비장애인 노동자 대비 70% 이하의 직무능력을 가진 것으로 판정되면 제외 인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평가의 기준, 방법, 정밀도, 신뢰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 의문을 가장 잘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2018년의 기준 강화 전후 통계다. 당시 정부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을 줄이기 위해 기준을 강화했다. 비장애인 대비 90% 이하에서 70% 이하로 요건을 높인 것이다. 기준이 엄격해졌으니 인가자 수가 줄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다. 2017년 9068명에서 2018년 963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기준을 강화했더니 인가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 역설적 결과는 평가 자체의 객관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보고서는 “현행 규정은 적용 제외 여부 판단에 있어 행정청에게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임금 하한선의 부재다. 최저임금법은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허용하면서도, 그렇다면 이들에게 최소한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다. 직업재활시설 설치·운영기준에는 “근로장애인의 임금은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하여 지급되어야 하며,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노력 의무다. 법적 강제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월 1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170명이고, 70%가 월 50만원도 받지 못한다. 임금 수준은 사용자가 임의로 정한다. 이는 같은 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해도 장애인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차별로 규정한다. 행정청 판단의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현행 인가 체계는 그 자체로 차별 소지를 안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구조적 격차다. 같은 장애, 같은 일, 그러나 전혀 다른 임금을 받는 것이 현재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현실이다. 2022년 기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의 전국 월평균 임금은 64만 8000원이었다. 그런데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자료=NARS 현안분석 제425호 ‘장애인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과 방향성’>

최고 지역인 제주(129만 5000원)와 최저 지역인 부산(35만 8000원)의 격차는 3.6배다. 제주를 제외한 비교에서도 충남(72만 7000원)과 부산의 차이는 2배가 넘는다.

제주가 유독 높은 이유는 있다. 2018년 최저임금 급격 인상 이후 제주도가 도 자체 예산으로 최저임금과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보충급여를 지급한 결과다. 뒤집어 말하면, 이 격차는 장애인 근로자의 능력이나 일의 종류가 달라서 생긴 것이 아니다. 어느 지역의 어느 시설에 배치됐느냐, 즉 운에 가까운 요인이 임금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 유형에 따른 격차도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근로사업장 월평균 임금은 125만 5000원, 보호작업장은 49만 8000원으로 2.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근로사업장 장애인 근로자가 객관적으로 더 높은 직무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 격차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두 시설 간 배치 결정은 각 시설의 장이 재량으로 내린다. 객관적 기준이 없다.

여기에 훈련장애인과 근로장애인 사이의 격차까지 더해진다. 같은 보호작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신분 분류에 따라 한쪽은 임금을, 다른 쪽은 월 9만 4000원의 훈련수당을 받는다. 그 구분 역시 시설이 자체 결정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다. 이 일자리는 문화예술활동, 권익옹호활동, 인식개선활동 등 전통적 생산성 기준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운 활동을 하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근무 시간도 주 15시간 내외로 짧다. 그런데 이 일자리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보호작업장에서 매일 출근해 물건을 만드는 장애인보다,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이 제도는 고용을 늘리지 못했다. 일반 사업체의 적용 제외 장애인은 전체의 1.6%에 불과하고 오히려 줄고 있다. 제도의 핵심 명분이 사실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기준이 없다. 작업능력 평가의 객관성은 의심스럽고, 임금 하한선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합법적 저임금’의 근거로 기능할 뿐이다. 이 제도는 격차를 방치한다. 지역, 시설 유형, 근로 형태에 따라 임금이 최대 3.6배까지 벌어지지만, 그 격차를 조정할 어떤 기준도 없다.

보고서는 이 상황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제도적 방임.’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감소와 생활 불안에 대한 어떠한 보완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히 조항 하나를 삭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1만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가 속해 있는 직업재활시설 체계 전체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보호작업장은 어떤 시설로 재정의할 것인지, 평가 체계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지금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한 답이 필요하다.

그 너머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장애인의 노동을 우리 사회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생산성과 작업량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