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상관없이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무기계약직 고용 사례 주목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50~60대 중장년층의 재취업 시도가 늘고 있지만,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연령에 따른 제한과 단기·비정규직 중심의 채용 관행 속에서 장애를 가진 중장년층은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중장년 장애인 두 명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근무 중인 임은주 씨와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일하는 박병준 씨는 서로 다른 경력을 쌓아왔지만, 현재는 같은 병원에서 일상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두 사람의 사례는 중장년에게 ‘나이’가 한계가 아니라, 경험과 성실함이라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은주 씨는 임상시험센터에서 약품과 주사용품 정리, 소독, 바인더 관리 등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여러명의 요청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만큼 꼼꼼함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는 과거 단기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일해왔다. 임 씨는 “지금은 안정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업무가 쉽지는 않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안내하며 병원의 첫인상을 책임지고 있다. 과거 지하 근무와 주·야간 교대가 반복되던 경비직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박 씨는 “규칙적인 근무 덕분에 퇴근 후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생겼다”며 “이 나이에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감사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취업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지원이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를 대표하는 대학병원인 만큼 채용 절차 역시 서류 심사와 다단계 면접, 신체검사 등 체계적이고 경쟁률도 높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임은주 씨는 면접 과정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점검하고 모의면접을 반복하며 준비했다. 박병준 씨 역시 센터의 도움으로 서류 준비부터 최종 합격까지 과정을 함께했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얻은 점도 공통적이다. 임은주 씨는 9년간 경리 업무를 해왔지만, 현재는 약품 조제 보조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생소한 전문 용어와 업무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메모를 해가며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그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빈틈없이 해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며 “동료들로부터 ‘정리가 잘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무에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환자가 웃으며 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의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병원 내 휴게 공간과 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전 직장에는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았지만, 지금은 휴게 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 근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임은주 씨는 중장년 장애인들에게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성실함과 차분함은 중장년의 강점”이라며 “취업 지원 기관의 교육과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센터는 신중년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재취업 전략과 입사지원서 작성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센터와 병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은주 씨는 “끝까지 지원해준 센터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따뜻하게 맞아준 병원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 역시 “센터는 늘 힘이 되어줬고, 서울대학교병원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