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서울대서 40여 개 기관 참여 출범식 개최… 돌봄·자립 지원 가능성 주목 속 예산·윤리·현장 적용성 검증 필요

산업통상자원부가 휴머노이드 산업을 국가 전략 분야로 육성하기 위한 ‘K-휴머노이드 연합’을 공식 출범시켰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장애인과 고령자 등 돌봄 수요 계층의 삶에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0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출범식을 열고, 서울대와 KAIST, 부산대 등 주요 대학과 기업·연구기관 40여 곳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5대 과제는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고성능 구동·센서 하드웨어 확보, AI 반도체 및 배터리 기술 고도화, 전문 인력 및 스타트업 육성,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다.
산업 전략의 외형은 제조업 혁신에 맞춰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가 복지 영역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기술을 단계적으로 실증할 계획”이라며 “장애인 생활 지원 분야도 주요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내 로봇공학 분야 한 대학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휴머노이드가 장애인의 이동 보조, 물건 집기, 의사소통 지원 등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재 기술 수준은 제한적이며, 실제 상용화까지는 안전성 검증과 데이터 축적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애 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동작과 인터페이스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범용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산업 현장 중심의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Tesla는 공장 업무 자동화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개발을 추진 중이며, 독일의 BMW도 일부 생산 공정에서 인간형 로봇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다만 복지·돌봄 분야에서의 본격 상용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10년간 휴머노이드 시장이 두 자릿수 이상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 관계자는 “시장 확대 전망과 실제 수익 구조는 별개 문제”라며 “복지 영역에 적용하려면 공공 재정 투입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현장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수도권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돌봄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조 로봇이 일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기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이 과도하면 현장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로봇 기업과 수요 기관 간 협력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기관이 실증 파트너로 참여할 경우,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단계별 일정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인재 양성 계획도 포함됐다. 연합은 청년 연구자와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장애인을 단순 수혜자가 아닌 기술 개발의 주체로 참여시키겠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합이 선언적 출범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술 한계와 부작용 가능성까지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술 낙관론만으로는 복지 현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K-휴머노이드 연합은 한국이 차세대 로봇 산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이는 기술 발전이 산업 성장에 머무를 것인지, 장애인의 자립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확장될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향후 몇 년간의 실증 성과와 제도 설계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