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 “장애포괄적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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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설계 전 과정에 ‘장애 관점’ 반영…법제화·통계기반 구축이 관건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영향평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립·집행하는 법령과 정책, 각종 사업이 장애인에게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제도다. 이는 정책 시행 이후 발생하는 차별이나 배제의 문제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의 접근권과 참여권, 정보권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장애인지예산은 재정 운용 전 과정에서 장애인의 관점을 반영해 예산의 형평성과 효과성을 점검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현재 일부 지방정부에서 관련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가 차원의 통합적 기준과 평가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지예산이 단순히 특정 사업 예산을 늘리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 예산이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재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정책 방향은 단계적 접근을 전제로 한다. 우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자는 것이다. 이후 장애구분통계 체계를 정비하고, 전담 전문조직을 설치해 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이 뒤따랐다.

영국은 평등법에 근거해 공공기관이 정책 수립 시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고 있으며, 덴마크 역시 장애정책 실행 과정에서 영향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두 사례 모두 법적 의무와 행정 지침,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정책 설계 단계에서 차별 가능성을 점검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평가 결과의 공개 범위와 시민 참여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발제에 나선 한국법제연구원 장민영 연구위원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의 관점이 구조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영향평가와 예산 제도가 권리 실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장애구분통계의 부재를 핵심 한계로 꼽았다. “장애 유형과 정도, 지역별·연령별 특성을 반영한 기초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는다면 영향평가 역시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장애 관련 정책은 부처별로 분산돼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종합적 영향 분석이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교통·주거·고용·문화 정책이 각각 개별 부처에서 설계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정보 접근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통합 지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정책 사각지대를 낳고, 결과적으로 추가적인 보완 예산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은 이러한 사후 보완 구조를 사전 예방 체계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과 더불어 평가 결과의 공개, 시민 참여 확대, 전문 인력 양성 등 복합적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평가가 단순한 행정 절차로 전락하지 않도록 독립성과 실질적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번 세미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으나, 향후 입법 과정과 정부 정책 반영 여부가 실질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의 권리를 선언적 수준에서 넘어 구조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책 설계와 재정 운용의 기준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애영향평가와 장애인지예산 논의는 한국 사회의 정책 패러다임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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