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은 채웠는데 시킬 일이 없다”…일본의 고민, 한국도 ‘남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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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의무 고용률 2.7% 상향하는 일본, 현장에선 ‘직무 부적응’ 고통
한국도 3%대 진입했으나 단순 업무 편중 심화…’고용 유지’가 새로운 숙제

<사진=Unsplash>

일본 기업들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 의무고용률 상향 조정에 대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4년 6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기존 2.3%에서 2.5%로 높인 데 이어, 2026년까지 2.7%로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2026년 기준으로는 상시근로자 37.5인 이상 사업체까지 의무 대상이 확대된다.

일본의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1976년 장애인고용촉진법 도입과 함께 시작됐으며, 이후 수차례 비율을 상향해 왔다. 2018년에는 2.2%로 인상되면서 정신장애인도 의무 고용 대상에 포함됐다. 2025년 기준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 인원은 약 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고, 실고용률은 2.3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정부가 정한 목표치를 달성한 기업은 전체의 46%에 불과하다.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에는 인당 5만 엔의 장애인고용납부금이 부과되며, 100인 초과 사업주로 제도 적용이 확대됐다.

미국 HR 전문지 HR Brew는 일본 기업들이 쿼터를 채우기 위해 채용 규모는 늘리고 있으나, 장애인이 실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타임즈는 많은 기업이 여전히 신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전문 기술을 가진 장애인조차 직무와 맞지 않는 단순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직무 부적합은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

AJU 자립생활센터 츠지 나오야 소장은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가 무장애 환경을 만드는 데 일정한 진전은 있었지만, 직장 환경이 더 개방적이라면 더 많은 장애인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주들이 장애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세이대 신보 사토코 교수도 일본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속도의 적극 채용이 고용의 질과 직무 적합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기업들은 장애인 근로자와 조건과 업무를 꾸준히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유사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현행 한국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민간기업 3.1%, 공공기관 3.8%로, 일본의 현행 기준인 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의무 고용 대상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 인원은 매년 소폭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의 질 측면에서는 저임금 단순직과 단기 일자리에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전담기관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체도 전체 장애인 근로자 중 정규직이 아닌 비율이 20.5%에 달해 고용 안정성 논란이 제기된다. 국내 기업들은 “직무에 맞는 장애 인력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업무 방식에 장애인을 맞추는 방식으로는 적합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해법으로는 기존 직무를 재조합하는 ‘직무 재설계’가 거론된다. IT 솔루션을 도입해 시각장애인의 문서 작업을 지원하거나,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를 활용해 이동 제약을 줄이는 방식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는 장애인 근로자를 데이터 라벨링, 디자인, 소프트웨어 테스트 등 전문 영역에 배치하고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해 성과를 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본 건설엔지니어링 업계에서도 장애인 근로자가 바리스타 카페 운영 등 특화 직무에 배치되는 사례가 소개된다.

일본과 한국 모두 쿼터 달성 여부와 실질적인 고용 환경 조성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당면 과제로 꼽힌다. 특히 100인 이하 사업체에서 미고용 비중이 높다는 점은 두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부담금 부과 중심의 제재 방식과 함께, 조성금 지원 및 직무 개발 컨설팅 등 사업주 지원 제도를 병행하지 않으면 고용의 양적 확대가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