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5천 명으로 커진 장애인 일자리… 민간 취업은 뒷전, 공공 일자리만 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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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투입 일자리 역대 최대… ‘자립’ 대신 ‘회전문 참여’ 고착화 우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6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안내에 따르면 내년도 장애인 일자리 규모는 총 3만5846명으로 올해 3만3546명보다 2300명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6.9%다. 예산도 전년 대비 201억 원 증가한 2546억 원으로 편성됐다.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장애인 일자리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민간 취업과 자립을 이끄는 본래의 고용 기능은 뒷전으로 밀린 채 선심성 복지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5년 9575개에서 2026년 9919개로 3.6% 늘었고 예산 역시 1117억 원에서 1195억 원으로 확대됐다.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공공 일자리 덩치가 일제히 커지는 추세다.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크게 세 갈래로 운영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일반형, 복지시설 환경 정비 등을 맡는 복지 일자리, 안마사나 요양보호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특화형이다. 내년 기준 일반형 전일제 근로자의 임금은 월 216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시간제는 월 108만 원, 복지형 참여형은 월 58만 원, 특화형 요양보호사 보조와 안마사는 월 135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1인당 월 24만 원이 넘는 운영비가 별도로 지원된다.

문제는 이 같은 공공 일자리가 장애인의 직무 역량을 키워 민간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 참여 기간이 끝난 뒤 다시 다른 공공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예산으로 생계를 보전하는 소득 보조 성격에 머물면서 ‘회전문 참여’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지침을 비롯한 공식 자료에서는 실제 반복 참여 비율이나 민간 취업 전환율 등 구체적인 통계가 확인되지 않아, 회전문 참여의 규모를 정량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026년 지침을 통해 선발 과정과 복무 관리 강화를 예고했다. 선발위원회 구성 요건을 강화해 외부위원 참여를 의무화했고, 65세 이상 고령 참여자가 3년 연속 참여할 경우 감점을 적용하는 규정도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정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비대해진 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 절차만 늘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위원 수당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 비해 실질적인 구조 개선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고령자 반복 참여에 대한 감점 역시 실효성 논란이 크다. 장애인 일자리가 일부 인원에게 장기간 고착돼 왔다는 문제의식은 드러냈지만 5% 수준의 감점으로 구조적인 독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무 규정 완화도 도마에 올랐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었고 병가 증빙 기준도 완화됐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연속 5일 초과 시에만 증빙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일주일 가까이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일자리가 민간 기업보다 더 후한 근로 조건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지침에는 민간 취업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조항도 담겼다. 공공 일자리 참여 기간 중 취업 상담이나 면접에 참여한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민간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보다는 형식적인 지표 관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공 일자리와 구직 활동을 동시에 인정해주는 구조가 오히려 공공 부문 체류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 상담 참여가 최종 민간 채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에 대한 데이터는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반면 지자체 차원에서는 민간 연계 강화의 실질적 시도도 감지된다. 서울시는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 일자리 사업을 통해 민간 일자리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시도하고 있으며 해당 사업 예산과 일자리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적장애인이 카페 정직원으로 채용되거나, 정신장애인이 호텔 기물 관리 업무에서 정식 채용으로 전환된 사례도 보도됐다. 이번 복지형 일자리 확충 1600개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설계됐다는 점은 저임금 일자리 확대라는 비판과 중증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라는 긍정적 해석이 동시에 존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1년짜리 공공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산업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 교육과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 유인책”이라며 “공공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방식이 계속되면 장애인의 정부 의존도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심 과제는 명확하다. 254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 실제로 민간 취업 전환을 얼마나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공공 일자리 참여 이후 민간 취업 전환율, 반복 참여 실태, 임금 수준의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체계적인 성과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규모 확대는 숫자 늘리기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민간 연계 강화 의지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와 구조적 전환이 함께 따라오지 않는다면 내년도 역대 최대 수치도 ‘선심성 복지’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