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신체로 미학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 김만리, 극단 ‘타이헨’ 한국 무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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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의 몸을 예술의 중심에 세운 세계적 신체극 단체
모두예술극장서 초청작 ‘브레인’ 공연 예정

<사진=모두의예술극장 제공>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한 신체극 단체 타이헨은 장애예술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이 단체를 이끄는 예술가 김만리는 중증 신체장애를 지닌 자신의 몸을 무대 위 표현의 중심에 세우며, 기존 예술계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상적인 몸’ 중심의 미학에 도전해 온 인물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공연 활동을 넘어 장애인의 신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하나의 예술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극단 타이헨은 1983년 일본 오사카에서 창단됐다. 창단 당시부터 구성원 대부분이 중증 신체장애인이었으며, 이는 당시 공연예술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였다. 이들은 장애인의 몸을 극복하거나 감추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가 지닌 움직임과 형태를 예술적 표현의 핵심으로 삼았다. 바닥을 기어 이동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느린 움직임을 활용하는 등 기존 무용과 연극의 규범에서 벗어난 신체 표현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타이헨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장애인의 참여를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단체는 초기부터 재활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예술 활동과 선을 긋고, 장애 신체 자체가 새로운 미학을 창조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시도는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공연예술계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스위스와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국제 예술 축제에 초청되며 실험적 신체극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단체를 이끄는 김만리는 1953년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겪으며 중증 장애를 지니게 됐다. 그는 어린 시절을 장애인 시설에서 보내며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삶을 경험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청년 시절에는 일본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에 참여하며 중증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실현하는 과정에 앞장섰고, 이후 자신의 신체 경험을 예술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만리의 작업은 단순한 공연 연출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는 장애인의 몸이 사회적 기준에 의해 규정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무대 위에서 그 몸을 드러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선언으로 삼아 왔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기억과 욕망 등 보편적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언제나 장애 신체라는 고유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작업은 장애예술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장애예술이 재활이나 사회 참여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타이헨의 등장은 장애예술을 하나의 독립된 미학적 영역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여러 공연예술 연구에서는 타이헨을 기존 신체 중심 공연의 틀을 확장한 사례로 평가하며, 장애예술이 예술적 실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한 단체로 언급하고 있다.

타이헨의 활동은 국경을 넘어 이어져 왔다.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공연을 이어오며 각국 관객과 만나 온 이들은 장애 신체가 가진 표현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특히 공연마다 인간의 신체와 감각,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을 요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이 같은 세계적 신체극 단체 타이헨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서울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리며, 해외초청작 ‘브레인’이 오는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품은 약 8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며, 인간의 신체와 인지,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장애 신체를 예술의 중심에 놓아 온 타이헨의 철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애예술이 단순한 참여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미학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이들의 한국 공연은 국내 장애예술 환경에도 적지 않은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