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우리는 왜 서로를 알아보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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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회 전국장애인문학제 대상 수상작가 ‘나다’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여름이 시작되는 날, 운동장에서 조금은 엉성한 자세로 느릿느릿 걸으며 뛰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나는 운동을 마치고 의자에 쉬며 앉아있었는데, 그 청년이 뛰다가 나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팔을 들어 반갑게 인사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뛰더니, 내가 앉아 있는 곳을 통과할 때마다 인사를 하면서 점점 달리기 속도가 붙어갔다. 한 바퀴 두 바퀴 .. 마지막 여 섯바퀴까지 그는 열심히 달렸다. 청년은 땀을 흠뻑 흘리고, 나를 향해 손인사를 하며 완주의 환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운동장의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오로지 나였다. 그 청년은 왜 나에게만 계속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들어 주었을까?

청년이 운동을 마치자 활동보조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아주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청년의 땀을 닦아주었다. 청년은 자리를 떠날 때까지 나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은 “그만 인사해.” 하면서 청년을 제지했다. 그저 반갑게 인사했을 뿐인데, 보통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는 그렇게까지 인사를 주고받지 않으니 어색하셨나 보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덕분에 익숙한 상황이라 계속 그 청년과 반복해서 인사를 주고 받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생각했을 것이다.

 ‘혼자서 저렇게 끝까지 달리다니 정말 대단하네..’ ‘우리 아이도 성인이 되면 저렇게 혼자 해낼 수 있을까?’ 그 청년이 달리는 내내 그 생각을 하면서 지켜봤던 것 같다. 영화 <마라톤>의 초원이처럼, 그 청년도 달리기 훈련을 하는 것 같았다.

아참 그런데 그 청년은 나를 어떻게 알아본거지? 내 얼굴에 ‘발달장애인 어머니’ 라고 써 붙여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했다.

어느 날은 처음 보는 장애인분이 유독 나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고, 모르는 장애인분이 나에게만 과자를 건네고 가신 적도 있었다. 유독 장애인 당사자 분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없이 알아본다. 그렇다면 같은 삶의 경험을 쌓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것일까?

 비슷한 일은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났다. 아이가 센터로 이동하는 차 안, 해질녘 노을이 아름답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직원처럼 보이는 성인남성분이 굿윌스토어 사원증을 목에 걸고, 회사건물을 나와 퇴근 중이었다. 굿윌스토어는 성인발달장애인분들이 일하는 직업장으로 유명해서 나는 그분이 발달장애인이라는것을 한번에 알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우리 아이였다. 그 남자분을 보자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

아이가 차의 창문을 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양손을 흔들었다. “형아 안녕~~~”  그분도 우리 아이를 보더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둘은 서로를 알아본 것일까? 아이는 그곳을 벗어나 이동하는 중에도 형이랑 인사를 나눈 것이 재밌었는지 한참을 재밌다고 깔깔거렸다.

정말 발달장애인은 발달장애인을 알아본 것일까? 발달장애인은 발달장애인의 엄마인 나를 알아본 것일까? 운전 중 빨간 신호에 멈춰서서 백미러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나는 그 답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계속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인사와 상대에게 호의적인 미소는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나는 안전해요. 나는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미소를 건네는 여유로운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