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외 요건 단순화·서류 부담 완화, 고용 노력 미흡 기업은 구분 공표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고고용노동부가 2026년부터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도 함께 손질했다. 형식적인 행정 절차만으로 공표를 피할 수 있었던 기존 구조를 정비하고, 반복적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개 효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장애인 직접 고용 책임을 보다 분명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장애인 고용률의 구조적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전체 인구 고용률은 약 63.8%인 반면 장애인 고용률은 34.0% 수준에 머물러 두 집단 간 격차가 약 30%포인트에 달한다.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3.1%, 공공기관 3.8%라는 법정 기준이 있지만 이를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직접 고용 대신 납부를 선택하는 고용부담금 규모만 연간 약 830억 원에 이른다. 부담금을 내면서 고용의무를 사실상 면제받는 구조가 수십 년째 이어져 온 셈이다.
명단공표 제도는 이러한 구조에 평판 압박을 더하기 위해 도입됐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이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행정 제재보다는 사회적 시선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도는 빈틈을 허용해 왔다.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라도 불이행 해소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최고경영자가 인사간담회에 참석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면 명단공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실제 장애인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서류 한 장, 참석 한 번으로 공표를 피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도의 상징적 효과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물론 기존 제도가 완전히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용저조 사업체를 대상으로 인사관계자 간담회와 장애인 고용 컨설팅 등 이행지도를 병행한 결과 498개소에서 2873명의 장애인이 신규 채용되는 성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절차 회피 구조가 지속되면서 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가 쌓였고 이번 개편으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허점을 막기 위해 명단공표 절차를 전면 재설계했다. 개편의 첫 번째 축은 간소화다. 앞으로는 명단공표 기준 인원을 충족한 기업은 별도 서류 제출 없이 자동으로 공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에 요구되던 불이행 해소계획서 제출과 최고경영자 인사간담회 참석 요건은 모두 폐지됐다. 실제 장애인 고용 여부 자체가 공표 제외의 유일한 기준이 된다. 고용이 이행됐으면 공표 대상이 아니고, 이행되지 않았다면 절차와 무관하게 공표 대상이 된다는 단순한 원칙이 자리를 잡는다.
두 번째 축은 공표 체계의 강화다. 장애인 고용 인원이 0명인 기업과 3회 이상 연속으로 명단공표 대상이 된 기업은 공개 명단에서 별도로 구분해 표기된다. 반복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는 사업장을 사회적으로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넘어 누가 가장 심각한 수준의 고용 기피를 이어가고 있는지를 가시화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세 번째 축은 사후 추적 장치의 명문화다. 신규 채용 계획을 제출해 일시적으로 공표를 면한 기업이 정해진 기간 내 실제 고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연도 명단공표 대상에 포함된다. 기업의 약속 이행 여부를 체계적으로 추적하는 제도가 법령에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획서를 제출하고 사라지는 방식의 회피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정비했다는 점에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계를 동시에 지적한다. 한 노동경제학 교수는 “기업 평판에 영향을 주는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려면 직무 개발과 근로환경 개선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공개 압박만 강화할 경우 기업이 부담금 납부나 형식적인 고용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개편의 실질적 성과는 명단공표 이후 실제 장애인 채용이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달려 있다. 형식적인 절차 중심이었던 기존 제도를 정비해 고용 이행 여부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제도 방향에서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연간 830억 원의 부담금을 납부하면서까지 직접 고용을 선택하지 않는 기업들의 행동 방식이 명단 공개만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장애인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발굴하고 현장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이 명단공표 제도와 함께 맞물려 작동해야 고용 확대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