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3)] 클린룸 문턱 낮춘 ‘반도체 라인 파트너’… DB하이텍 사례로 본 첨단 산업 장애인 고용의 확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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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해 생산공정 직무 재설계, 중증장애인 11명 채용
직무 구조화와 현장 적응 지원이 성패 가른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과거 반도체 대기업의 고용 지표는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6년 기준 삼성전자는 상시근로자 9만3566명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이 2526명이었으나 실제 고용은 1562명에 그쳤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역시 상시근로자 2만1491명 중 156명만 채용해 의무고용 인원 580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첨단 제조업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과 엄격한 안전 규정으로 인해 의무 미이행이 두드러졌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생산 공정의 세분화와 직무 재설계가 이루어지면서 첨단 산업에서도 장애인 고용의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을 보면 이러한 질적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공단은 산업 현장에서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적합 직무를 올해 총 36건 새롭게 개발했다. 직무개발사업 규모는 2023년 30건에서 올해 36건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40건을 목표로 하는 등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발굴된 직무 가운데 13건은 실질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진 우수 사례로 꼽히며 164건의 직무 아이디어 공모 결과도 함께 수록됐다.

이 가운데 디비하이텍 사례는 첨단 제조업 현장에서 장애인 직무를 성공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기업과 공단이 긴밀히 협력해 생산공정 내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11명이 새롭게 만들어진 반도체 라인 파트너 직무로 채용돼 현장에 투입됐다.

직무 개발 과정에는 기업 인사 담당자와 현업 부서, 직무 컨설팅 기관, 공단 관계자가 모두 참여했다. 직무디자인팀은 생산라인 전반을 꼼꼼히 분석해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 후보군 9개를 먼저 도출했다. 이후 공정 안전성과 작업 난이도, 현장 수용성, 생산 기여도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반도체 라인 파트너라는 최종 직무를 완성했다.

반도체 라인 파트너는 먼지가 통제되는 클린룸 환경에서 생산라인의 청정도를 유지하는 장비 관리와 물류 이동을 전담한다. 주요 업무는 쉘프와 스미프 등 주요 공정 장비의 청결 상태를 관리하고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오염이나 먼지에도 생산 수율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철저한 청정 관리와 정확한 물류 흐름은 공정 안정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업 내부에서도 초기에는 클린룸 환경 내 장애인 고용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뤄졌다. 작업 동선과 장비 접근 방식, 안전 규정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 전체를 분석하고 직무를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접근해 기존 인력 운영 체계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었다. 공단은 시각화된 작업 매뉴얼과 단순화된 동선 등 맞춤형 단계별 직무 로드맵을 제공해 현장 안착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러한 개별 기업의 끈질긴 노력과 공단의 지원이 맞물리면서 거시적인 장애인 고용 지표도 개선되는 추세다.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2023년 3.17퍼센트에서 2024년 3.21퍼센트로 소폭 상승했다. 공공부문이 3.9퍼센트, 민간부문이 3.03퍼센트를 기록했다. 특히 고용저조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498개소에서 총 2873명이 신규 채용되는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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