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정신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의 어려움을 나라에서 함께 책임지고 지원하겠습니다.-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돌보는 일은 수십 년간 오롯이 가족의 몫이었다. 밤낮 없이 이어지는 돌봄의 무게 속에서 많은 부모들은 생계와 건강,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했다. 돌봄의 공백은 곧바로 삶의 위기로 이어지고, 부모가 늙거나 세상을 떠난 이후엔 더욱 절박한 현실이 닥쳐온다. 이는 한 가정의 사정이 아닌, 우리 사회가 너무 오래 방치해온 구조적 책임의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발달·정신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오래된 숙제를 풀어가는 방책이었다. 단순히 복지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책임을 가족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함께 지겠다는 근본적 방향 전환이다. 이 공약이 성공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에 기반한 구체적인 고려와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돌봄 대상자의 특성과 욕구를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각기 다른 진단과 기능 수준, 자립 가능성을 지닌 다양한 개인들이다. 고기능 자폐나 초기 조현병 환자처럼 일정 부분 자립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중증 지적장애나 만성 정신질환자처럼 전일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들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세분화된 맞춤형 돌봄 모델이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가족이 돌봄의 최후 방어선이 되지 않도록 공공이 돌봄의 중심에 서야 한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위한 단기 보호시설, 주간활동 지원, 응급돌봄 서비스가 촘촘하게 구축되어야 하며, 여전히 활동지원사조차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돌봄 인력의 양성과 배치 체계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특히 부모 사망 이후를 대비한 ‘장애인 평생케어플랜’과 공공 주거-돌봄 연계 시스템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셋째, 지역 기반의 통합 서비스 인프라가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 보호작업장 등으로 나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지역 단위의 통합 돌봄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는 의료, 재활, 주거, 여가, 사회참여가 함께 설계되어야 하며, 단순한 기관 간 연결을 넘어 삶의 흐름 전체를 지원하는 통합성이 중요하다.
또한 돌봄을 수행하는 인력의 전문성과 처우도 핵심 과제다. 행동문제, 의사소통 장애, 약물 관리, 응급상황 대응 등 고난도 역량을 갖춘 돌봄 인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돌봄 인력의 직업 안정성과 정서적 지원, 장기 근속을 위한 처우 개선 없이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적인 예산계획을 세우고,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인 돌봄 모델을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분산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당사자와 가족,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정책 설계에 적극 반영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참여형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돌봄은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공동의 과제다. 발달·정신장애인을 특정한 존재로 보는 시선을 넘어,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과제를 하나하나 실현해 나간다면,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는 사회’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복지정책의 성공은 숫자나 예산보다, 그 제도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해주는가에 달려 있다.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돌봄이 더 이상 외로운 투쟁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일상이 되길 바란다. 이 정부가 그 시작을 이뤄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