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법 시행 규칙, 행정 편의적 해석이 문제

지난 7월, 휠체어리프트 차량을 이용하던 한 장애인이 예기치 못한 차량 고장으로 고속도로 한복판에 고립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염이 이어지던 한낮, 고속도로 위에 홀로 남겨진 그는 긴급히 경기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에 연락해 장애인콜택시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유는 사전 회원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고, 예약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제도적 한계로 인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였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을 장애인 이동권 침해로 규정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장추련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헌법상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권임을 강조하며, 교통약자법 제4조와 경기도 교통약자 조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어디에도 ‘사전 등록된 이용자’로만 대상을 한정한다는 규정은 없는데도 행정 편의적으로 해석해 지원을 거부한 것은 명백히 차별적 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얼마나 제도적 형식에 가두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별로 제도 운영에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대구시는 타 지역 장애인도 최초 1회에 한해 등록 없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이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불평등 구조를 드러낸다. 긴급 상황에서조차 제도적 절차가 우선한다면, 장애인의 이동권은 실질적 권리가 아닌 형식적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실천 가능한 대안은 명확하다. 첫째, 긴급 상황에 한해 ‘선지원 후등록’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지역별 운영 편차를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 차원의 통일된 기준과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일반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높여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편적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 이동권은 선택적 서비스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기본권이다. 이번 사건은 그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 전체에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