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장애인 인권의 이정표, UN 장애인권리협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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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1)
국제사회의 합의로 탄생한 보편적 권리장전

장애인의 권리는 더 이상 시혜나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는 인식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집약한 것이 바로 ‘UN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이다.

협약은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됐으며, 2008년 5월 3일 발효됐다. 장애인을 특정 집단이 아닌 인류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교육·노동·정치·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며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국제인권 규약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각국의 서명과 비준을 이끌어낸 협약으로, 현재 190개국 이상이 가입했다.

이 협약의 탄생 배경에는 여러 흐름이 있었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며 장애 문제를 국제사회 의제로 본격화한 이후, 유엔은 「장애인 행동계획」과 「기회균등화 표준규칙」 등을 통해 권리 보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권고 수준에 머문 한계는 분명했고, 장애인의 실질적 인권 보장을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 운동이 확대되면서 “복지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멕시코의 제안으로 2001년 유엔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각국 정부와 국제 NGO, 장애인 단체가 참여한 논의를 거쳐 협약이 마련되었다. 협약은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 존중 △차별금지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 △다양성 존중 △형평성과 기회균등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각국 정부에 법과 제도를 개혁할 구속력을 가진 국제 인권 기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협약을 비준해 2009년 1월 국내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는 장애인 정책을 국제 인권 규범과 접목시키는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협약과 함께 제정된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이후 14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이 자국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실질적 권리 구제 수단으로 평가된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 배경과 의미, 선택의정서 비준까지의 과정, 그리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권고 사항과 이행 상황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협약의 정신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제도와 일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남은 과제와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