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비율 1.1% 달성 기관 58%뿐…지자체·국가기관 성적 참담, 비율 상향 논의도 시급

보건복지부가 23일부터 3개월간 공공기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2025년 실적과 2026년 계획을 보건복지부 누리집을 통해 공표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제도는 경쟁 고용시장에서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증장애인들에게 생산시설 취업이라는 형태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다. 2025년 12월 말 기준 1만5682명의 중증장애인이 이 제도에 기반한 생산시설에 고용돼 있다. 공공기관의 구매 실적은 이들의 고용 유지와 직결된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은 2008년 제정됐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이 매년 총구매액의 1.1% 이상을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생산시설이 만든 제품과 용역이 그 대상이며, 공공기관은 연초에 구매계획을 수립하고 연말에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 요구 등 행정 조치를 받는다.
그러나 제도 시행 17년이 지난 지금도 법을 지키는 기관은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5년 공공기관 1,030개소의 총구매액 73조 8,739억 원 가운데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액은 8296억 원으로, 전체 비율은 1.1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03%p 상승하며 2년 연속 전체 의무비율을 달성한 수치다. 그러나 1030개 기관 가운데 1.1%를 달성한 곳은 602개(58.45%)에 그쳤다. 나머지 428개 기관(41.55%)은 법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셈이다.
달성 기관 비율이 전년보다 0.9%p 올랐다고는 하나, 공공기관 10곳 중 4곳이 여전히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제도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기관 유형별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성적이 가장 저조하다. 총 243개 지자체 가운데 의무비율을 달성한 곳은 82개소(33.74%)에 불과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 중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2.32%), 충청남도(1.39%), 제주특별자치도(1.38%) 단 3곳만 의무비율을 넘겼다.
하위권 광역 지자체는 경기도(0.26%), 충청북도(0.33%), 강원특별자치도(0.34%), 경상북도(0.37%), 경상남도(0.41%) 순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의무비율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하위권에는 경상북도 문경시(0.03%), 경상북도 청송군(0.08%), 대구광역시 군위군(0.12%)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상위권은 경기도 수원시(4.57%), 충청남도 천안시(3.98%), 경기도 군포시(3.77%)로 같은 광역권 안에서도 기초 지자체 간 편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점이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 담당 부서의 인식 부재와 생산 품목의 공공 수요 불일치를 꼽는다. 지자체 발주 업무 특성상 시설·설비 관련 구매 비중이 높은데,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이 이 분야에서 납품할 수 있는 품목이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된다. 실제로 지자체 구매액 상위 품목은 시설·설비로 집계됐다.
국가기관도 자유롭지 않다. 61개 국가기관 중 의무비율을 달성한 곳은 25개(40.98%)에 불과했다. 하위 기관으로는 방위사업청(0.05%),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0.10%), 개인정보보호위원회(0.11%), 기후에너지환경부(0.20%), 기획재정부(0.29%)가 꼽혔다.
방위사업청의 0.05%는 의무비율 1.1%의 20분의 1 수준이다. 구매액 규모가 큰 부처일수록 절대 금액 기준으로 미달성이 장애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반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2.81%), 국세청(2.67%), 지식재산처(2.39%), 원자력안전위원회(2.18%), 보건복지부(2.06%)는 상위권을 형성하며 같은 국가기관 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공기업 계열 기관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503개 기관 중 362개(71.97%)가 의무비율을 달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지방공기업 81.33%, 준정부기관 80.70%, 공기업 74.19% 순이었다. 반면 기타 특별법인은 33.33%로 저조했다.
교육청(교육지원청 포함) 193개 기관 중 달성 기관은 122개(63.21%)였다. 대전광역시교육청(2.69%), 광주광역시교육청(2.53%),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2.21%)이 상위권에 올랐고, 경기도교육청(0.40%), 충청북도교육청(0.61%),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0.63%)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방의료원은 30개 기관 중 11개(36.67%)만 달성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의료용품과 서비스 특성상 중증장애인 생산품과의 접점이 좁다는 현장 의견도 있으나, 사무용품·청소용역 등 연계 가능한 품목군에서조차 실적이 낮았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중증장애인 생산시설에 고용된 인원은 1만5682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장애 정도가 심해 일반 기업 취업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다. 공공기관이 의무구매를 이행하느냐 여부가 곧 이 1만 5천여 명의 고용 안정성 혹은 그 이후의 잠재적 고용률과 직결된다.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는 경쟁 고용시장에서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각 공공기관에서 2026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비율 1.1%를 준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무비율 미달성 428개 기관에 5월 중 시정요구서를 발송하고 현장간담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8월에는 신규 장애인생산품 발굴 공모전과 초기 성장 지원을 추진하며, 오는 10월 6일~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중증장애인 생산품 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2026년 공공기관 전체 우선구매 계획액은 9643억 원으로, 2025년 실적 대비 1347억 원 증가한 수치이며 우선구매 비율은 1.36%로 확정됐다.
그러나 시정요구와 박람회 개최가 반복되는 동안 달성률은 17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행 의무구매비율 1.1%는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사실상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1만 5천 명을 넘어선 생산시설 고용 장애인의 규모, 물가 상승, 공공기관 구매 여력 등을 감안할 때 의무비율 자체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커지는 이유다.

